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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양대산맥 - LG생건 vs 아모레 본문
아모레퍼시픽그룹은 2분기 매출 1조3034억원, 영업이익 1046억원을 기록
각각 전년 대비 10.4%, 188% 성장한 수치. 상반기로 보면 매출은 전년 대비 9.4% 증가한 2조6909억원, 영업이익은 190% 늘어난 3022억원.
데일리뷰티(헤어·보디용품)를 제외한 아모레퍼시픽그룹 전체 2분기 화장품 매출은 1조2206억원으로, LG생활건강보다 1000억원가량 높다. 이로써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분기 탈환한 화장품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게 됐다.
LG생활건강도 ‘차석용 매직’이 이어졌다. 올 2분기 매출은 2조2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358억원으로 11% 늘어나며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상반기 기준으로 따져도 영업이익 7063억원, 매출액 4조581억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이다.
▶안정성 LG생건 > 아모레
뷰티·생활·음료 삼각 편대 vs 화장품 한길 뷰티 전문 기업
16년 연속 매출 신기록을 세운 LG생활건강 성장세에는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가 큰 역할을 해왔다.
LG생활건강은 뷰티(화장품)·HDB(생활용품, 홈케어·데일리뷰티)·리프레시먼트(음료) 3개 사업부가 서로 보완하는 구조를 갖췄다. 이 사업 구조는 코로나19 확산세 여파로 화장품 시장이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해 이후 줄곧 빛을 발했다. 화장품 시장이 나빠졌을 때 나머지 사업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보인 덕이다. 반대로 올 2분기에는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 외형이 성장하고도 수익성 측면에서 주춤했다. 이때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이 10.7% 증가하며 부진했던 생활용품과 음료 부문 영업이익을 상쇄했다.
이처럼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로 구성된 다양한 포트폴리오 덕분에 LG생활건강은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시국에도 큰 부침 없이 매출 호조를 이어갈 수 있었다.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사업을 주력으로 하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위험을 분산한 덕분에 의미 있는 실적을 거뒀다”고 자평한다.
반면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뷰티와 비(非)뷰티 계열사로 나뉘어 있다. 화장품 브랜드를 운영 중인 뷰티 계열사 매출·영업이익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 몇 년간 아모레퍼시픽 실적이 부진했던 이유는 사드 보복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고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때 화장품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면세 판매가 함께 쪼그라들었고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 2분기에는 아모레퍼시픽 국내 면세점 매출이 20% 이상 증가하기는 했지만 당초 증권가 전망치에 비하면 회복세가 더디다.
중국 사업 LG생건 = 아모레
▶럭셔리 브랜드 ‘후’ ‘설화수’ 통했다
LG생활건강의 또 다른 성공 비결로 중국에서 늘어나는 고가 브랜드 수요에 발맞춰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이하 후)’에 집중한 전략이 꼽힌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중산층 소득 수준이 점차 높아지며 고급 화장품 수요가 부쩍 늘었다. 관련 시장도 매년 10% 이상 성장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6월 18일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 축제인 ‘6·18 쇼핑 페스티벌’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제2의 광군제’로 불리는 6·18 쇼핑 페스티벌에서 LG생활건강은 6개 럭셔리 브랜드 매출이 전년 대비 70%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 ‘후’는 전체 스킨케어 매출 순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LG생활건강은 올 상반기 후 매출로만 전년 동기보다 40% 증가한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숨’ ‘오휘’ ‘CNP’ 등 여러 럭셔리 화장품도 좋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오휘와 오휘더퍼스트 매출은 앰플세럼과 고가 라인인 더퍼스트제너츄어 선전에 힘입어 31%, 76% 성장했다.
과거 중국에서 마몽드, 이니스프리 등 중저가 브랜드에 주력하다 뼈아픈 경험을 겪은 아모레퍼시픽도 올 들어 고급 라인인 ‘설화수’를 앞세워 실적을 끌어올렸다. 올 2분기 중국 내 설화수 매출액은 60% 늘었다. 라네즈와 마몽드 중국 내 매출도 각각 20% 이상, 10% 이상 성장하며 힘을 보탰다. 다만 이니스프리의 부진한 실적은 걸림돌이었다. 중국 내 이니스프리 매출액이 20% 이상 감소하며 중국 전체 매출액 성장률이 한 자릿수(위안화 기준)에 그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중국 행사에 대비해 이니스프리 관련 마케팅 비용을 집행했는데 오히려 매출이 악화돼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안지영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제2의 광군제 쇼핑 행사 결과가 부진했다”며 “공격적인 투자에 비해 중국 성장률은 10% 미만에 그쳐 중국 수익성이 약화됐다”고 평가했다.
온라인 아모레 > LG생건
▶아모레, 쓴맛 본 후 ‘디지털 전환’에 올인
그동안 아모레퍼시픽이 공들여온 ‘디지털 전환’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과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국내외 시장을 공략해왔다. 포트폴리오가 뷰티에 국한돼 있고 오프라인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메르스나 한한령, 코로나19 등 위협이 닥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이커머스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왔다. 지난해 8월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업체 무신사와 합자조합을 결성해 유망 브랜드 발굴에 나섰다. 아울러 네이버·11번가·카카오톡·쿠팡 등 국내 굴지의 온라인 플랫폼과 손을 잡았다. 쿠팡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온라인 전용 브랜드를 내놨고 카카오톡 선물하기 전용 상품도 출시했다.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상품을 내놓겠다는 전략에서였다.
럭셔리 브랜드와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협업 등 디지털 마케팅을 강화한 덕분에 온라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 데일리뷰티 브랜드 매출액은 온라인 채널에서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갔다.
올 초에는 아예 ‘글로벌 e커머스 디비전’ 조직을 신설했다.
e커머스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판매해 실적 회복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다. 아마존, 세포라, 티몰, 쇼피 등 글로벌 이커머스를 통해 해외 시장 판로도 개척하는 중이다.
그 결과 해외 시장에서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북미와 유럽 등 대부분 지역에서 매출이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에서는 럭셔리 디지털 부문 매출만 놓고 보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100%)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한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매출 증가를 달성했다. 북미에서는 이니스프리의 아마존 입점으로 온라인 매출이 증가하고 설화수가 세포라에서 견고하게 성장하며 전체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유럽에서는 이니스프리와 라네즈의 유럽 세포라 매출 확대로 성장을 이뤄냈다. 또 라네즈가 영국 이커머스 채널인 ‘컬트 뷰티’에 신규 입점하며 디지털 성장동력을 확보했다.
정소연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아모레퍼시픽은 고급 브랜드는 물론 온라인과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중저가형 브랜드를 여럿 보유하고 있어 국내외 이커머스가 안착한다면 고속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생활건강도 온라인 강화에 속도를 낸다. 이미 중국에서는 온라인 판로를 확대하며 톡톡히 효과를 봤다. 국내에서는 가두점을 운영하는 가맹점을 고려해 ‘네이처컬렉션’과 ‘더페이스샵’의 직영 온라인 몰을 가맹점이 매출과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통합 플랫폼으로 개편했다. 앞으로는 라이브 커머스 실행력을 높이고 AI, 빅데이터를 활용한 플랫폼 재편, 업무 고도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CEO 비즈니스 전략 극과 극
▷차석용 ‘다각화’ 서경배 ‘집중’
비즈니스 전략에서 두 리더 간 차이가 뚜렷하다. 한마디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은 ‘다각화와 M&A’,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은 ‘집중’이다.
차 부회장은 2005년 취임 이후 줄곧 비화장품에 공을 들여왔다. 2005년 당시 사업 조직은 뷰티와 HDB 등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뉘었다. 그는 HDB 매출 비중이 64%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점을 고민하고 해법 찾기에 골몰했다. 그 대안이 음료 사업 진출이었고, 2007년 코카콜라음료 지분 90%를 사들였다. 이 사업부는 리프레시먼트로 재편됐고, LG생활건강은 ‘뷰티-생활용품-음료’라는 비즈니스 3각 축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취임 전 생활용품이 70%를 차지하던 사업 비중은 화장품 40%, 생활용품·음료 40%로 분산됐다. 16년 연속 플러스 성장 기록도 이 같은 사업 다각화의 공이 컸다.
그렇다고 뷰티 부문을 소홀히 다룬 것도 아니다. 가파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더마·색조 화장품과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삼고 M&A에 공을 들였다. 코카콜라음료를 시작으로 더페이스샵, VDL, CNP코스메틱, 해태htb, 영진약품,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지역 사업권 등 지금까지 LG생활건강이 진행한 M&A만 30여건에 달한다. 그룹 오너 신뢰가 탄탄해 故 구본무 회장조차 한 차례도 그의 M&A 추진에 제동을 걸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차 부회장은 올 하반기 브랜드력을 지닌 럭셔리 화장품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3대 뷰티 시장인 미국·일본·중국 등에서 LG생건의 현지법인을 적극 활용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아시아와 북미 사업권을 인수한 유럽 더마 화장품 대표 브랜드 ‘피지오겔’은 핸드크림·미스트·토너·립밤 등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낸다.
서경배 회장은 그간 화장품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사업 부문 비중이 화장품 87%, 생활용품 13%라는 수치가 이 같은 전략을 대변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인 올해 초에도 화장품 브랜드 파워를 강조했다. 설화수, 라네즈, 이니스프리를 중심으로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정예화하자는 복안이었다. 이와 함께 불필요한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효율을 줄여 손익 구조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화장품에 쏠린 사업 구조는 사드·한한령·코로나19 등 위기가 닥쳤을 때 한 번에 실적이 무너지는 한계를 보이기도 했다.
오프라인 매장에 힘을 쏟아온 것도 패착으로 꼽혔다. 서 회장은 LG생활건강이 매장 축소나 온라인 전환에 나설 때에도 오프라인 매장을 버리지 않았다. 지난해 기준 오프라인 판매처 비중이 52%, 온라인 홈쇼핑 매출은 15% 수준이다. 중국 시장 정체와 코로나19로 면세점 매출이 급감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
다만 최근 디지털 전환은 성과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서 회장은 디지털 스타트업 투자 등으로 디지털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낸다. 지난해 말 뷰티 MCN 기업 ‘디밀(디퍼런트밀리언즈)’에 30억원 규모의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며 이커머스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지난 5월 유한익 전 티몬 의장이 만든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 ‘알엑스씨’에 30억원을 투자했다. 알엑스씨는 셀럽·인플루언서 등을 위한 D2 미디어 커머스 플랫폼 회사다.
나아가 건강기능식품, 더마 코스메틱 등 포트폴리오 강화에도 나선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오는 9월 1일부로 에스트라를 아모레퍼시픽과 합병키로 했다.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에스트라에 아모레퍼시픽의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더마 화장품을 차기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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